기업들도 환경을 생각할까? 그린워싱 vs 진짜 친환경에 대해 알아보자.
1. 기업들이 말하는 ‘친환경’, 믿어도 될까?
최근 몇 년 사이, TV 광고나 유튜브, 거리의 포스터를 보면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친환경’이다. 어떤 기업은 “지구를 지키는 ○○○”, 또 어떤 기업은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 브랜드”라고 홍보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라면 자연스럽게 신뢰가 생긴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기업들이 말하는 친환경은 정말 지구를 위한 실천일까, 아니면 소비자들의 ‘착한 소비 욕구’를 자극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일까?
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친환경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운 광고나 캠페인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 조사 결과를 보면 ‘친환경 제품’이라는 문구 하나만으로 구매 의사가 높아진다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제품 자체를 바꾸지 않아도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만으로 매출 증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기업들의 홍보 방식이 실제 내용과 얼마나 일치하느냐는 점이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포장재를 그대로 쓰면서 겉에 ‘친환경 디자인’이라는 문구를 넣는 경우, 원재료의 일부만 재활용품을 사용하고 전체 제품은 여전히 환경에 부담을 주는 경우 등이 있다.
이런 현상을 일컬어 ’그린워싱’이라고 부른다. Green(환경) + Whitewashing(겉치레)이라는 뜻을 가진 이 용어는 198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척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행동을 비판하는 개념이다.
그린워싱은 단순히 잘못된 홍보 정도가 아니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악용하고, 진짜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의 활동을 방해하는 부작용까지 낳는다.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하면서 ‘나는 지구를 위한 소비를 했다’고 믿는데, 알고 보면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들이 말하는 친환경이 진짜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힘은 소비자에게 달려 있다. 광고 문구만 믿을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그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보고서나 공신력 있는 인증 여부를 확인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2. 그린워싱의 대표적 사례들, 어떻게 구별할까?
그린워싱은 생각보다 더 넓게 퍼져 있다. 겉으로 보기엔 그럴듯한 문구와 이미지, 초록색 포장과 나뭇잎 모양의 디자인이 소비자를 현혹한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진짜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그린워싱 사례를 살펴보며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지 알아보자.
1) 모호한 용어 사용
많은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원료 사용”, “친환경 공정”, “자연에서 온 ○○” 같은 문구를 내세운다. 문제는 이 용어들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자연에서 왔다’고 해도 환경을 파괴하며 채취한 것일 수 있고, ‘친환경 공정’이라는 말도 에너지 사용량이나 오염물질 배출량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2) 부분적 개선을 전체 개선인 양 홍보
예를 들어 커피전문점이 빨대만 종이로 바꿔놓고 나머지는 그대로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경우, 화장품 브랜드가 포장재 일부만 재활용 가능하게 바꿔놓고 친환경 브랜드로 포장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방식은 소비자의 착한 소비 욕구를 이용한 그린워싱에 해당한다.
3) 과장된 인증 마케팅
친환경 인증 마크를 도입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검증되지 않은 민간 인증이나 자체 제작 마크를 붙여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다. 진짜 친환경 인증은 국제적으로 검증된 기관에서 발급하며, 그 과정 또한 엄격하다.
4) 배출권 거래로 책임 회피
일부 대기업은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고 대신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마치 친환경 기업인 것처럼 홍보한다. 물론 제도적으로 허용된 방식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소비자는 ‘직접적인 노력’이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그린워싱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린워싱을 구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질문하는 것이다. “이 기업은 무엇을 어떻게 실천했는가?”, “친환경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 수치나 자료가 있는가?”, “공신력 있는 인증을 받았는가?” 이런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없는 기업이라면 그린워싱을 의심해봐야 한다.
3. 진짜 친환경 기업은 어떻게 다를까?
반대로 진짜 친환경을 실천하는 기업들은 무엇이 다를까? 가장 큰 차이점은 ‘겉모습’이 아닌 ‘과정’에 있다. 단순히 친환경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 개발 과정부터 생산, 유통, 소비자와의 소통까지 모든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
1) 전 과정 투명성
친환경 기업들은 자사의 환경 경영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환경 보고서 발간, 지속가능경영 전략 발표, 구체적인 목표 설정과 결과 공유 등을 통해 소비자와 적극 소통한다.
예를 들어 패션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원재료부터 제조 공정, 노동 환경까지 철저히 관리하며 이를 소비자에게 알린다. 또한 ‘리페어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가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친환경 소비’의 본질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2) 근본적인 변화 시도
진짜 친환경 기업은 비용이 더 들더라도 제품 자체를 바꾼다. 재활용 소재 사용, 재생에너지 도입, 플라스틱 줄이기, 순환경제 모델 적용 등을 적극 실천한다.
국내에서는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플라스틱 용기 회수 캠페인을 지속해왔고, 생활용품 브랜드 ‘블루보틀’이 리필스테이션을 설치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등 근본적인 실천을 보여준다.
3) 소비자 교육과 협력
친환경 기업은 소비자에게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지 않는다.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 활동, 교육 프로그램, 캠페인 등을 통해 소비자와 함께 변화를 만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단기적 수익보다 장기적 가치에 무게를 둔다.
진짜 친환경 기업을 알아보려면 겉으로 드러난 문구나 디자인이 아니라, 그 기업이 어떤 철학과 전략을 가지고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소비자도 이러한 기업을 지지하고, 꾸준히 질문하고 요구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시장 전체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