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나라’만 살아남는 게 아니다. ‘똑똑한 나라’가 살아남는다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까지 겪으며 세계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미국, 유럽 같은 선진국조차도 성장률이 흔들리고 물가를 잡기 위해 진땀을 빼는 상황.
그렇다면 더 기반이 약한 신흥국들은 과연 어떻게 살아남고 있을까요? 도산하는 나라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도, 일부 신흥국들은 의외의 회복력과 생존 전략을 보여주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거대한 경제의 소용돌이 속에서 신흥국들이 어떤 전략으로 버티고 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자세히 들여다보려 합니다.
1. 위기의 시대, 신흥국이 겪는 고통은 더 크다
‘신흥국’이란 말은 경제 구조가 성숙해가는 과정에 있는 국가들을 말합니다.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등이 대표적이죠.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 신흥국들은 선진국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받습니다. 왜일까요?
(1) 달러 의존도와 외환 위기 가능성
많은 신흥국들은 달러화에 의존해 무역과 부채를 관리합니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달러는 강해지고, 자국 통화는 약해지며, 외국 자본은 빠져나가고 부채 부담은 커지죠.
→ 그래서 IMF 외환위기(1997), 아르헨티나 채무불이행(2001), 스리랑카 디폴트(2022) 같은 사건이 주기적으로 반복돼 온 겁니다.
(2) 금융시장 불안과 자본 유출
신흥국의 금융 시스템은 상대적으로 얕고 불안정해서, 위기가 오면 투자자들이 먼저 자금을 빼가는 시장이 됩니다. 선진국이 위기일 땐, 더 약한 나라부터 흔들리게 되죠.
(3) 원자재 수출 의존
브라질, 칠레,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는 철광석, 석유, 곡물 같은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경향이 큽니다. 그런데 위기 상황엔 수요가 줄고 가격이 출렁이면서 수출이 불안정해져요.
2. 신흥국들은 어떻게 생존하고 있는가?
그런데도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몇몇 신흥국들은 위기 속에서도 반짝이는 전략으로 생존에 성공하고, 오히려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1) 외환보유고를 탄탄히, 그리고 달러의존 줄이기
인도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6,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유지하며 달러 강세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환율을 유지했습니다.
중앙은행이 빠르게 금리를 조절하고,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한 제한 조치를 시행하면서 자본시장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죠.
(2) 탈달러화 가속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은 달러 의존을 줄이기 위한 지역통화 결제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자국 통화 결제를 확대하고 있고, BRICS 국가들은 새로운 국제결제 시스템 개발도 검토하고 있죠.
이는 향후 국제 금융질서 재편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3) 경제 다각화와 첨단산업 육성
베트남, 인도, 멕시코는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서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의 수혜를 받고 있습니다.
→ 인건비는 중국보다 저렴하면서도 안정적인 제조 인프라를 제공하니, 애플, 삼성, 테슬라 등이 베트남과 인도에 공장을 짓는 이유죠.
이런 구조는 신흥국에게 고부가가치 산업 진출의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4) 디지털 금융과 핀테크 도입
케냐,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핀테크 성장으로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로 생존 전략을 구축하는 신흥국들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고 있어요.
3. 그들이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법
(1) ‘자립형 경제’로 전환 시도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무조건 자립은 어렵지만, 너무 외부에 의존하는 구조는 위기 때 가장 먼저 무너진다는 교훈을 신흥국들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 식량 자급률 높이기, 에너지 자원 확보, 내수 시장 확대 전략을 통해 외풍에 덜 흔들리는 체력을 만들고 있죠.
(2) 세계 경제 재편에 ‘틈새’ 공략
글로벌 공급망이 바뀌고, 미국과 중국이 서로 견제하는 사이, 이 틈을 파고든 신흥국들은 새로운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예: 멕시코는 미국과의 지리적 인접성을 활용해 ‘리쇼어링’과 ‘니어쇼어링’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고, 베트남은 ‘탈중국 공급망’의 핵심 축이 됐습니다.
(3) 국제 파트너십 확대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아프리카연합, 중남미 국가연합 등 지역 블록을 중심으로 무역·투자 협정 확대, 공동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서로를 돕고 성장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즉, 혼자선 버티기 어려우니 협력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죠.
4.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위기의 시대, 유연한 전략이 해답이다
한국 역시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외부 변수에 매우 민감한 나라입니다.
신흥국들의 생존 전략은 우리에게도 몇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안정적 외환보유고와 환율 방어는 국가 신뢰의 핵심이다.
경제 구조 다변화와 산업 재편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첫걸음이다.
디지털 전환과 기술 중심 성장 전략은 저성장 시대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
탈중국 공급망 변화 속에서 우리도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한다.
위기 속 신흥국의 선택은 곧 세계의 미래다
언제나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얼굴’이라고 합니다.
예전 같으면 ‘경제적으로 약한 나라’로 분류됐던 신흥국들이, 현명하고 유연한 전략으로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지금, 우리 역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해법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더 이상 ‘강한 나라’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아닙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법을 아는 ‘똑똑한 나라’가 미래를 주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