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일수록 더 벌어지는 간극, 누가 살아남고 누가 뒤처지나?
1. 경제 위기, 모두에게 같은 무게는 아니다
‘경제 위기’는 겉으로 보면 모두가 함께 겪는 고통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고통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이에게는 몇 개의 투자 손실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매일의 생계 걱정이 될 수 있습니다.
팬데믹, 고물가, 고금리, 글로벌 공급망 붕괴…
이 모든 경제 충격 속에서 드러난 건,
‘불평등한 회복’과 ‘심화되는 양극화’라는 현실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사회 곳곳에서 빈부 격차, 계층 이동의 단절, 교육 및 의료 접근의 불균형 같은
‘보이지 않던 균열’이 점점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2. 자산 양극화: ‘있던 사람’은 더 부유해지고, ‘없던 사람’은 더 불안해진다
● 위기 때 자산이 있는 사람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경제 위기 때 자산가들은 현금 비중을 늘리고,
위험 자산을 헐값에 매입하거나,
금, 달러, 부동산 같은 안전 자산에 투자합니다.
그 결과는 뻔합니다.
위기가 지나면 자산 가격이 반등하면서
더 큰 수익을 얻고,
다시 부를 축적하게 되는 선순환을 경험하죠.
반면 저소득층은?
급등한 생활비에 허덕이며
저축조차 어려워지고
자산 축적은커녕 기존의 부채만 더 늘어나는 상황에 놓입니다.
● 부동산과 금융 자산의 가격 상승, 누구에게 유리했을까?
예를 들어, 2020년~2021년 팬데믹 초반
전 세계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자
주식, 부동산, 코인 등 자산 가격은 폭등했습니다.
하지만 이 자산들에 접근할 수 있었던 사람은 대체로 상위 소득층이었죠.
투자할 ‘종잣돈’이 있는 사람
금융 정보에 접근 가능한 사람
신용도가 높아 대출이 가능한 사람
이들은 위기 속에서도 부를 더 키웠습니다.
반면, 자산이 없던 사람들은 점점 더 경제적으로 소외되고
자산 격차는 눈에 띄게 벌어졌습니다.
3.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 안정된 일자리 vs 유동적인 생계
경제 위기 속에서 일자리는 가장 빠르게 타격을 받는 분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모든 일자리가 똑같이 위협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명확한 경계
정규직, 공무원, 대기업 종사자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습니다.
재택근무가 가능하고
고용 유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며
의료, 연금, 복지 혜택도 충분하죠.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 계약직, 프리랜서, 자영업자, 일용직은 어떨까요?
일이 끊기면 바로 수입이 ‘제로’
코로나처럼 오프라인 활동이 줄면 생계가 흔들림
고용보험도 없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죠
● 디지털 전환과 기술 격차의 심화
게다가 최근에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노동시장 내 양극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IT, AI, 데이터 기반 산업은 고소득 전문 인력을 중심으로 성장
단순 반복 노동이나 오프라인 중심 업종은 일자리 감소 또는 구조조정
결국 노동 시장 내에서도
‘기술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연결된 사람과 소외된 사람’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겁니다.
4. 교육과 복지 격차: 다음 세대의 불평등까지 잉태하다
경제적 양극화는 단지 현재의 삶을 나누는 문제만이 아닙니다.
다음 세대에까지 이어지는 구조적 불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 온라인 교육과 디지털 격차
팬데믹으로 온라인 수업이 일상이 되면서
학생 간의 ‘교육 접근성’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고소득층 가정: 빠른 인터넷, 고성능 기기, 학원 수업 병행
저소득층 가정: 스마트폰 하나로 형제자매가 수업 공유, 과외 불가능
그 결과, 기초 학력 미달 학생 비율 증가,
교육 성취 격차 확대,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대학 진학률과 취업 기회 격차로 연결됩니다.
● 복지 시스템의 불균형과 누수
또한 많은 나라에서 복지 정책이 오히려
중산층 이상에게 집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액공제나 지원금 신청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저소득층
행정 절차에 대한 정보 부족
수급 자격 미달로 복지에서 배제
이런 구조는 결국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가지 못하고,
이미 가진 사람은 더 많은 혜택을 받는 ‘복지의 역설’을 낳습니다.
5. 양극화, 어떻게 풀어야 할까?
● 1) 보편적 안전망 vs 선택적 복지
위기 상황일수록 모든 사람에게 일정 수준의 지원을 보장하는
보편적 안전망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실업급여 강화
기본소득 논의
공공의료 및 교육 인프라 확충
하지만 현실적으로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더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선택적 복지)과 충돌합니다.
이 둘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양극화 해소 정책의 핵심 과제가 됩니다.
● 2) 자산 과세와 조세 형평성 강화
부동산, 금융자산 등에서 자산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일부 국가에서는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를 추진 중입니다.
고가 부동산 보유세 인상
금융 투자소득세 확대
상속 및 증여세의 공정한 부과
이는 단순한 ‘징벌적 과세’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구조 조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 3) 노동시장 유연성과 안정성의 공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
디지털 전환에 따른 직무 재교육,
청년 및 경력단절 인력 대상 맞춤형 일자리 확대 등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하려는 정책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맺으며: 위기 속 격차를 줄이는 것이 진짜 회복이다
경제 위기는 피할 수 없을지라도,
그 위기 속에서 누가 더 많이 잃고 누가 더 많이 얻는지는 사회가 결정합니다.
양극화는 단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지속 가능성, 공동체의 결속력, 민주주의의 건강성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말이
실제로 체감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위기 대응 정책 속에 ‘포용’과 ‘형평’이라는 가치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