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난민 시대: 사라지는 도시와 이주하는 사람들- 방글라데시, 몰디브, 투발루 사례에 대해 알아보자
1. 물에 잠긴 땅, 떠나는 사람들: 방글라데시의 현실
방글라데시는 세계에서 가장 기후 변화의 영향을 심각하게 받고 있는 국가 중 하나로, 해수면 상승, 강수량 증가, 홍수, 태풍 등이 사람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특히 남부 해안 지역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매년 수천 명의 주민들이 집과 농지를 잃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벵골만을 따라 이어진 농촌 마을들은 반복적인 침수로 인해 더 이상 생계를 이어가기 힘들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수도 다카로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이주자들을 위한 기반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며, 이미 포화 상태인 도시 인프라는 새로운 유입 인구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 적응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 없이는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자발적인 이주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강제 이주’를 택할 수밖에 없고, 이들은 국제적으로도 ‘기후 난민’으로서 법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방글라데시는 단순히 자연재해에 시달리는 나라가 아닌,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는 ‘떠나는 국가’의 상징이 되고 있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이주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며, 이들의 이야기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국제적인 연대의 필요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2. 가라앉는 낙원: 몰디브의 위기와 지속 가능한 생존 전략
몰디브는 전 세계에서 평균 해발고도가 가장 낮은 국가로, 대부분의 섬이 해수면에서 불과 1~2미터 위에 위치해 있다. 이는 해수면 상승이 몰디브에게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추정에 따르면 해수면이 1미터만 상승해도 몰디브의 전체 면적의 80% 이상이 침수될 수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몰디브 정부는 ‘국가 이주’라는 전례 없는 대안을 검토하는 동시에, 자국 내에서 지속 가능한 생존 전략을 세우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인공 섬 프로젝트인 ‘훌후말레’다. 이 프로젝트는 몰디브 인구를 보다 높은 지대의 인공 섬으로 이전시키기 위한 장기 계획으로, 지속 가능한 주거, 에너지, 교통 시스템을 갖춘 미래형 도시로 설계되고 있다. 또한, 정부는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기후 정의와 탄소배출국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몰디브는 단지 피해자의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는 상징적인 국가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몰디브의 많은 시민들은 언젠가는 조국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가라앉는 낙원’이라는 비극적인 별명이 붙은 이 나라의 미래는, 결국 전 세계의 탄소 감축 노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몰디브의 위기는 단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책임을 묻는 경고장이기도 하다.
3. 사라지는 국가의 경고: 투발루의 절박한 외침
태평양 남부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인구 약 1만 명, 평균 해발고도 2미터 이하의 낮은 지형을 가진 나라로, 해수면 상승에 따른 위협이 가장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국가 중 하나다. 특히 이곳은 이미 일부 지역이 바닷물에 잠기기 시작했고, 빗물 저장조에 바닷물이 섞이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작물 재배가 어려워지고 식수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투발루는 현재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는 국가’라는 운명을 마주하고 있다.
투발루 정부는 이 같은 위기를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알리며, 기후 변화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소국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 당시, 투발루는 “1.5도 상승 제한”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세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고, 일부 주민들은 이미 피지 등 인근 국가로의 이주를 시작하고 있다. 투발루는 자국민의 이주를 대비한 법적·사회적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으며, ‘디지털 투발루’ 프로젝트를 통해 국토가 사라지더라도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하지만 국경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국가가 국제법적으로 어떤 지위를 가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투발루의 현실은 기후 난민 문제의 최전선이며,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인권, 주권, 생존의 문제로 이어진다. 사라지는 국가의 외침은 지금도 전 세계를 향해 울려 퍼지고 있으며, 우리는 그 경고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기후 변화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의 현실이며, 투발루는 그 현실을 살아내고 있는 가장 극적인 사례다.